[데스크칼럼]
심형래 감독은 ‘추종자’와 ‘안티’의 접점에 존재한다. 그의 이러한 상황은 ‘디 워’라는 영화가 선보인 뒤에 더 극명하다.
일명 ‘심빠’와 ‘反심형래’만 존재하는 듯하다.
사실 ‘디 워’를 선보이기 전에도 그는 둘의 접점에 있었다. 이미 오래 전에 심형래 감독이 ‘용가리’ ‘영구와 땡칠이’ ‘티라노의 발톱’을 선보였을 때에도 미약하긴 하나마 그는 이런 양극 평가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극명하지는 않았다. 그때만 해도 추종자한테는 계속 지원할 근거가 약했으며, 안티한테는 극단적으로 비판할 이유가 없었다. 다시 말해 안티로서는 굳이 그를 강렬히 비난할 ‘가치’조차 없었던 게다.

그들에게 그는 ‘한낱 주제넘게 감독인 척 하는 고졸 코미디언’일 뿐이었다.
그런 평가 속에 절치부심해 내놓은 ‘디 워’는 이 논쟁을 간단치 않은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그의 지원자들이 일명 ‘심빠’로 불릴 만큼 강렬한 연대를 구축했고, 그의 영화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를 비판하기도, 외면하기도 쉽지 않아진 것이다.
그에 대한 논쟁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추후 논의할 근거가 비약임을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노대통령을 보는 듯하다.
4~5년 전만 해도 누구나 노무현이 대통령이 될 줄은 몰랐었다.
노 대통령이 의원시절 명패를 내던질 만큼 불의에 맞선, 몇안되는 용감한 사람임을 상당히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지만, 한국 사회가 그런 상식과 용기를 포용해낼 만큼 다양성을 존중할 것이라 믿는 이는 드물었었다.
하지만 일명 ‘노빠’를 중심으로 그는 일을 내고 말았다. 그가 대통령이 된 것은 세계적인 뉴스가 되고도 남을 만큼 충격이었다.
그렇게 대통령이 되고 난 뒤, 그는 그전보다 더, 소위 ‘기득권 세력’의 집중 견제를 받아야 했고, 심지어 국회의 탄핵까지 받았으며, 그 재임시절에 대한 평가는 최근 조금 나아졌지만 그다지 훌륭하다 할 수는 없겠다.
필자가 보기에는 심형래 감독이 그러하다.
‘디 워’는,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충무로를 중심으로 한, 과거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온 전문가들에 의해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한국 영화계의 전통적인 文法으로 보기에 충분히 근거가 있겠다. ‘제도권’이란 게 그러한 거고, 노대통령처럼, 심형래 감독은 제도권 밖에 존재하는 이였다.
노대통령이 옹졸한 사람으로 보일만큼 재임기간동안 말끝마다 언론과 기득권의 횡포에 대해 지적하였다면, 심형래 감독은 그런 비판을 할 형편도 아니어서, 방송에 나와 눈물을 보여야 했던 게 굳이 차이라며 차이겠다.
사실, 문화계에 작품성과 상품성 논쟁이 벌어지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논거에 대한 기준은 그야 말로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디 워’에 관한 한 무슨 작품과 비교할 거냐에 따라 작품성이건 상품성이건 수많은 이야기를 낳게 될 것이다. 그 이야기들 모두 상당히 일리가 있을 것이고, 그런 이야기들 모두 의미를 지닐 것이며, 심형래 감독한테는 진일보의 학습이 될 줄 믿고 싶다.
다만 논쟁을 할 때는 수위와 범주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를 들어보자. 여기 트로트 가수가 있다. 그 가수는 이미 트로트 가수임을 선언하였는데 성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그것도 음악이라고 힐난한다면 누구나 다 인정하기 쉽잖은 일이지 않겠는가. 필자는 대중문화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다. 대중은 트로트도, 힙합도, 알앤비도, 클래식도 기분 맞춰 듣고자 한다.
물론 ‘디 워’의 매니아들은 심형래 감독의 작품이 클래식보다 더 멋진 음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주장하는 거나, 굳이 그것을 반대하는 것은 멋져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주장은 필자가 보기에, 자장면 집에 가서 굳이 비빔밥이 더 맛있다고 끝끝내 주장하는 논쟁만큼이나 부질없어 보일 뿐이다.
대중한테는 ‘디 워’도 ‘괴물’도 ‘화려한 휴가’도 모두 필요하다. 중국집, 일식집, 한식집, 분식집이 다 있는 것처럼…. 사실 그렇지 않은가. 자장면이 비빔밥보다 더 맛있다 하는데, 비빔밥을 좋아하는 자가 뭐라 할 것인가.
좋아하면 같이 먹거나, 아니면 달리 가면 그만 아닌가. 최소한 그 음식에 독(毒)이 들어있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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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